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한국 정치판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때로는 거센 폭풍처럼, 때로는 잔잔한 미풍처럼, 이 바람은 사람들의 기대와 불안을 싣고 전국을 휘돈다. 그중에서도 한 시대, 모든 뉴스와 소셜미디어, 사람들의 입을 타고 번져나간 하나의 말이 있었다. 바로, "어대명."
"어차피 대선은 이재명."
처음 이 말이 세상에 떠돌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하나의 농담처럼 가볍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농담은 이내 진지한 예언처럼 무게를 가졌고,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 무렵,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이미 대중 속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다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 같으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비범한 결단력을 지닌 사람. 대중은 그의 말투와 태도에서 진정성을 읽어냈고, 그의 거친 표현조차 ‘솔직함’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였다. 부드러운 말을 돌려가며 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그는 직진했고, 싸웠고, 때로는 거칠게 부딪혔다. 그 모습이 사람들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신선했다. 피로에 찌든 일상 속에서, 최소한 ‘진짜 싸울 줄 아는 사람’을 기대했던 민심은 그렇게 이재명이라는 이름 앞에 조금씩 모여들었다.
그리고 "어대명"이라는 네 글자는, 바로 그 집단적 기대감이 만든 상징이 되었다.
"어차피 대선은 이재명."
누군가는 이 말을 믿었고, 또 누군가는 두려워했다. 그러나 모두가 인정했다. 정치의 판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재명이라는 이름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하지만 이 네 글자는 단순한 낙관이 아니었다. "어대명"이라는 확신은, 사실은 간절한 바람이기도 했다. 이 정치판에서 누가 확실히 승리할 것인지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론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고, 작은 스캔들 하나가 모든 것을 뒤흔들 수도 있다. 그 불확실성 속에서, "어대명"은 하나의 부적이자 주문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어차피"라는 단어에는, 모든 불안을 덮어버리고 싶은 민심의 심리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어대명"은 점점 더 무거운 이름이 되어갔다. 지지율은 들쑥날쑥했고, 경쟁자는 치열하게 추격했다. 때로는 승리를 확신하는 이들조차도 불안에 떨었다. 그럴 때마다 "어대명"은 다짐처럼, 위로처럼 반복되었다. "그래도 결국엔 이재명이다." 마치 사막을 걷는 순례자가 마지막 오아시스를 믿듯, 사람들은 이 말을 되뇌었다.
정치란 원래 승부의 세계다. 어느 날은 환호를 받고, 다른 날은 비난을 받는다. 이재명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의 존재가 단순한 정치인 하나를 넘어, 한 시대 사람들의 희망과 불안을 함께 짊어진 상징이 되었다는 점이다. "어대명"이라는 말이 힘을 얻고, 때로는 흔들리면서도 살아남은 이유는, 이재명 개인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그만큼 갈등하고, 갈망하고, 꿈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대선이든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그 시기, 이 나라의 골목골목, 카페와 식당, 그리고 SNS 속에는 "어대명"이라는 네 글자가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 구호를 넘어, 사람들이 세상에 바랐던 어떤 믿음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이 지나 그때를 돌아보는 이들은 묻는다. 과연 "어대명"은 단지 한 시대를 장식했던 유행어였을까, 아니면 진짜 민심이 만들어낸 하나의 예언이었을까?